“무안공항 조사에도 위험조류 빠졌다”...정부 연구기관도 고개 저은 제2공항

[철새와 공항, 불편한 공존] ③ 제2공항 전환평, 부실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1차 원인이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일명 '조류 충돌'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그저 여러 핑계거리 중 하나로 여겨졌던 '조류 충돌'이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위협이 된 순간이었다. 제주 제2공항 현안에 있어서도 조류 충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그리고, 성산읍 현지에서는 일찍이 조류 충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꾸준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2공항 부지 인근의 조류 생태와 이에 따른 위협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주]

'조류 충돌'이란 항공기 이·착륙 또는 운항중에 새가 동체나 엔진 등에 부딪히는 현상을 의미한다. 항공기와 조류가 상승기류로 비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공항의 입지조건과 조류의 서식 환경은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충돌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이를 해결하는 것은 공통적인 과제다.

새가 운항중인 항공기와 부딪칠 경우 역학상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가령 시속 370km로 상승중인 항공기에 중량 900g의 오리가 충돌할 경우 항공기가 순간적으로 받는 충격은 4.8톤에 이른다. 혹여 엔진의 공기 흡입구에 빨려들어갈 경우 팬블레이드를 망가뜨리거나 심하면 엔진 작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국내 항공기-조류 충돌 발생건수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총 1994건으로 집계됐다. 체계적인 보고체계가 구축된 2014년 이후에는 누적 건수 기준으로 약 2.35배가 늘었다. 운항편수가 많은 김포, 김해, 인천, 제주공항 등 빈도수가 높게 잡혔다.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1차 원인이 조류충돌이었다는 점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항공기 안전에 있어 조류충돌이 결코 가볍게 다뤄질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 순간이었다. 국내에서는 2022년 청주에서 이륙한 F-35가 독수리와 충돌하며 기체 격벽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리비용이 약 1400억원에 이르러 구입비용을 넘어서며 폐기 처리된 사고였다.

고도별 항공기-조류충돌 발생 현황 그래픽. KEI 포커스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 관리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 발췌.

조류 충돌은 주로 고도가 낮은 이착륙 과정에서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 국제적으로 조류 충돌의 약 99%가 비행 고도 2000피트(약 610m) 이하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의 경우도 75.3%의 충돌사고가 비행 고도 2000피트 이하에서 발생했다. 

고도 2000피트를 공항 반경으로 역 산정하면 13km 이내 지역이다. 반경 13km 지역이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 존'이라 불리우는 이유다. 고도 1500피트(약 457m) 반경은 8km로 '완충구역', 500피트(약 152m) 반경은 3km로 '핵심구역'으로 분류된다.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 건설 시 철새 서식지·중간기착지와 이동경로 등을 최대한 이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저수지, 초지, 경작지, 양식장, 쓰레기매립장 등의 시설물에 인접하지 않는 지역을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정부 산하 연구원도 "조류 서식지 주변 제2공항 입지 문제" 

제주 제2공항 입지와 관련, 꾸준히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 조건에 반하기 때문이다.

제주섬 동쪽은 해안가를 따라 철새도래지 벨트가 구축돼 있다. 위로 도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구좌읍 하도리부터 아래로 성산읍 신천리까지 겨울이면 철새떼가 모여드는 곳이다. 동아시아의 허브로 불리는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는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에 있어서도 공히 적용된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대와 곳곳의 내륙 습지 역시 새들이 머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제2공항 3km 반경에는 신산리와 오조리, 8km 반경에는 종달리와 신천리, 13km 반경에는 하도리까지 모두 '버드 스트라이크 존' 내에 위치해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조류 및 야생생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에 따른 과수원, 양돈장, 양식장 등 조류·야생동물 유인 시설도 적지 않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 철새도래지. 반경 13km 이내에 제주섬 동쪽 철새도래지 벨트가 맞닿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조류충돌의 근본적인 입지 적정성 문제가 제대로 검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KEI에 따르면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평가 결과 제2공항 입지의 TPDS(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충돌 건수)는 최소 4.61에서 최대 14.3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존 제주국제공항 1.72에 비에 적게는 2.7배, 많게는 8.3배에 달하는 수치다.

200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공항 충돌 피해건 결과를 토대로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 예측 결과는 현재까지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최소 1.6배에서 최대 4.96배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지속적으로 충돌 사고가 발생함으로 인해 조류 서식지를 제거하는 등 다양한 퇴치행위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인위적으로 철새도래지의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위험이 도사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는 제주의 자연환경 보전 노력과 상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위험 조류종 '입맛대로'...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충돌 조사

경고와는 달리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상의 조류충돌 관련 사항은 꾸준히 부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된 것은 2019년 6월. 이후 환경부는 같은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보완을 요구했고, 2021년 7월 최종적으로 '반려'를 통보했다. 동굴, 숨골, 종다양성 등 조사가 부실하다고 평가된 이유는 다양했지만, 조류 충돌 문제에 있어서도 논란을 낳았다.

바뀐 정부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용역'에서는 추가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 또한 철새가 집중적으로 날아드는 겨울철을 제외한 4~6월 조사에 불과해 큰 의미가 부여되진 않았다. 오히려 전문적인 데이터보다 정부의 스탠스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조류충돌 위험종' 분류 기준의 문제다. 제2공항 후보지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 172종 중 충돌위험성 평가에 포함된 것은 39종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충돌위험성 평가에 포함된 종은 그간 국내 공항에서 충돌사례가 발생한 종이라고 설명했다. 즉, 항공기와 부딪힌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성을 배제했다는 입장이다.

충돌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TPDS를 '0'으로 매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

국토부의 조류충돌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건 중 충돌 종이 확인된 경우는 12%에 그쳤다. 종이 확인된 새가 39종이다. 그간 충돌사례가 없는 종은 앞으로도 충돌 가능성이 없는 것인지, 다른 130여종의 새는 항공기를 알아서 빗겨가는 종인 것인지, 설명할 길이 만무하다.

실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부딪힌 가창오리는 무안국제공항이 2020년부터 실시한 '조류충돌 위험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기존 입장에 전면 대치되는 사례다.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사고 중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킨 종은 11종으로, 이중 제2공항 주변지에서 발견된 종은 물수리, 흰뺨검둥오리, 꺅도요, 꼬마물떼새, 알락할미새 등 5종이다. 충돌위험성 평가에서 고위험종에 해당됐지만, 그외 백로류, 오리류 등은 위험이 낮은 종으로 평가됐다. 근거는 역시 그간의 전례다.

이 경우 국토부가 산정한 연간 조류충돌 건수(TPDS) 역시 적정한 것인지 의혹에 휩싸인다. 위험성이 높은 종만 TPDS에 반영되고, 위험성이 낮은 조류는 모두 '0'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 대안이 고작 '연구기구 설립?'...환경영향평가 보완 여부 관건

국토부가 제시한 대책 역시 물음표가 붙는다. 국토부는 서식지 훼손과 교란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육상조류를 대상으로 서식역 확보방안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제2공항 부지와 유사한 서식지 유형과 해발고도를 고려할 때 인근의 곶자왈, 오름, 내륙습지 등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새들이 모여드는 양식장의 경우 음파기반 조류충돌예방 시스템과 펜스 설치 등의 조류저감 대책을 제시했다. 배출구에 조류가 모이는 특성을 감안해 간격이 좁은 그물망이나 필터를 설치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충돌한 '가창오리'는 제주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사한 크기와 비행패턴을 지닌 오리류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성산읍 오조리 철새도래지의 철새들. 사진=주민 강석호씨 ⓒ제주의소리

다만, 제2공항 부지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는 대체서식지의 위치가 적합한지, 양식장 필터 설치가 어느정도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제시되지 못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철새가 드나드는 환경을 어떻게 판단할 지는 설명이 없다.

궁극적으로 '조류충돌 예방 활동을 위한 연구기구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대목도 제주의 입장에서는 마뜩치 않다. 현 시점에서 대안으로 제시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관건은 환경영향평가가 될 전망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의 입지나 요소가 환경적 측면에서 적정한지를 사전에 판단하는 과정이라면, 환경영향평가는 실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해 그 대안까지 마련해야 하는 과정이다.

숱하게 이야기됐듯이 환경영향평가는 '제주도의 시간'이다. 제주특별법 제364조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심의 권한은 제주도가 갖고 있으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제13조에 따라 심의 후에는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논리는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조류 충돌 문제는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는 곧 제주도 차원의 전향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끝>

Previous
Previous

제주 제2공항 핵심절차 용역마다 모두 '동일한 업체' 낙점...왜?

Next
Next

“철새 둘러싸인 공항? 이게 말이 돼?”...그들은 왜 바닷가를 떠나지 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