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찾은 尹대통령에 “제2공항 발언 기회조차 없어” 규탄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5일 오후 1시께 제주시 영평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JDC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은 가운데,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가 제2공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도민회의는 15일 오후 1시 민생토론회가 열리는 제주시 영평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청사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최 한 시간 전부터 도민회의 회원들은 ‘제2공항 백지화’, ‘도민반대 결정 수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토론회 행사장 일대에 모여들었다.

JDC 청사를 향해 길게 늘어진 참석자들은 확성기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제2공항 철회’를 외쳤다.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으나 참석자들과 경찰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호처가 집회장소가 JDC 소유 토지라는 점을 들어 차량 철수를 요구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경찰과의 조율로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기자회견이 진행됐으나, 규탄 발언이 이어지는 도중에도 채증 경찰이 소음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도민회의에 통보하는 등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과 의전 차량이 민생토론회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오후 2시께 윤 대통령이 탄 차량과 의전 차량이 기자회견 현장을 지나치지 않고, 다른 길로 행사장에 들어서자 “왜 우리를 피해가느냐”는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대부분은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해산했지만, 몇몇은 JDC 청사 인근까지 접근해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불법 집회로 간주하겠다며 해산을 명령했으나, 참석자는 집회 개념이 아니라고 맞섰다. 이에 수십명의 경찰 인력이 회원을 에워싸자 다른 참석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약 40분간 이어진 대치 상황은 1인 피켓 시위를 벌이던 참석자가 JDC 청사 길 건너로 자리를 옮기면서 종료됐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5일 오후 1시께 제주시 영평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JDC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이날 도민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도민들의 민생 문제를 살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고 하지만 가장 시급한 현안인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 지역주민이나 반대하는 도민들에게는 참여하고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2공항 사업은 단순히 하나의 시설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전체의 자연환경, 생태계, 경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며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외면하고 어떻게 제주 생계를 논할 수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더불어 “윤 대통령이 정말 제주도민의 민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제2공항 예정지 주변 마을을 방문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옳았다”며 “정부가 제2공항 추진 방침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명분 없고 불필요한 제2공항 기본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제주도민의 결정권을 존중해 제2공항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토론회가 열리는 행사장 인근에서 시민언론 뉴탐사 황용운 기자가 경찰에게 접근을 저지 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진보당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취임후 2년 5개월만에 제주도를 처음 방문하는 윤석열대통령은, 제주도민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말았다”며 “제주 민생토론회에 제2공항으로 고통받는 도민은 초대받지 못했다. 반쪽짜리 민생토론회이자, 실패한 토론회”라고 힐난했다.

더불어 “국민을 피해다니는 부끄러운 대통령은 그 직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며 “70만 도민과 함꼐 제2공항 무효화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제2공항 찬성 측인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가 행사장 인근서 개최하려던 ‘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 궐기대회’는 반대측과의 충돌 우려로 표선생활체육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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