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첫단추, 제주 제2공항 입지 전후 ‘투기 의혹’ 기획부동산 사례 수두룩

제주참여환경연대, '제2공항 토지소유 실태' 분석...도외 부동산 개입 정황

제주 제2공항 예정 부지 필지 소유권 변동일. 제2공항 입지가 발표된 2015년 11월을 전후로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 제2공항 입지가 발표된 2015년 11월을 전후로 활동한 제주도외 기획부동산의 투기 정황 의혹이 표출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 제2공항 토지소유 실태' 분석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에 속한 2840필지에 대한 토지대장을 전수 확인하고, 토지대장에 기록된 토지 소유권 이전 기록과 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필지 소유자의 2108명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내 거주자는 838명(39.8%)에 그친 반면, 도외 거주자는 1270명(60.2%)에 달했다.

지역별로 분류할 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가 507명으로 24.1%였고, 부산·경남 334명(15.8%), 대구·울산·경북 332명(15.7%) 순으로 파악됐다. 경상권에 주소를 둔 소유자가 전체 31.5%에 달했다.

필지별 소유현황을 살펴보면 도내 거주자가 소유한 필지는 1263필지로 도외 거주자가 소유한 889필지보다 374필지 더 많았으나, 도내 거주자들은 전, 도로, 묘, 과수원 소유 비율이 높은 반면, 도외 소유자들은 임야 필지의 소유 비율이 높았다.

이는 농지법에 따라 소유 조건이 까다로운 농지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은 임야의 외지인 소유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를 투기세력의 매집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필지를 쪼개 팔거나, 공유 지분 판매 방식으로 제2공항 예정부지 필지 거래에 개입한 법인 상위 9곳을 분석한 결과, 2곳을 제외한 7곳은 도외에 주소를 둔 주식회사 또는 농업회사법인이었다. 울산과 부산을 소재로 설립한 법인이 각각 2곳이었고, 서울 1곳, 충남 천안 1곳, 경기 수원 1곳, 제주 2곳 등이었다.

제주에 본점을 둔 법인 2곳 중 한 곳은 2014년 부산에서 설립돼 2019년 본점을 제주로 옮긴 곳이고, 또 다른 법인 한 곳은 제주에 본점을 두고 있으나 대표이사의 등기상 거주지는 경남권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가장 많은 필지 매매에 개입한 서울 강남 소재 A법인은 제2공항 예정부지 내 91필지를 대상으로, 227번 필지를 쪼개거나 지분 중간매매를 통해 부산, 경남, 수도권 일대 거주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 6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제2공항 필지 매매에 개입한 A법인은 제2공항 사업 확정발표가 난 2015년 11월 10일에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5년 12월 2일에 해산 등기됐고, 2018년 12월 청산 종결됐다.

울산에 소재한 B부동산은 2015년 1월 설립돼 같은해 3월부터 8월 사이에 제2공항 사업부지 내 23필지를 56번 지분 중간매매를 통해 울산, 창원, 부산 일대 거주자에게 판매했다.

서울 강남 소재 A법인의 2015년 제주 제2공항 입지 부지 지분 중간매매 과정. 그래픽=제주참여환경연대

이들은 이전 소유자가 필지를 쪼개 B부동산 측에 매각하면, 1~2달 후 매입자들에게 필지를 되파는 방식으로 필지를 판매했다. A법인과 유사하게 2020년 12월 해산 등기됐고, 2023년 12월 청산 종결됐다.

이 외에도 2015년 3월부터 11월까지 경남권에 소재한 법인을 중심으로, 필지 매입 후 1~2달 이내에 매입자에게 되파는 거래가 성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매입한 이들의 주소지는 주로 울산, 부산, 창원, 보령 일대에 집중돼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거래 시기가 사전 정보유출에 따른 기획부동산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제2공항 성산읍 입지 발표 직후인 2015년 12월 2일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도민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쪼개기식 토지분할과 분양행위, 기형적 분할 쪼개기식 투기행위 등 부당행위에 대한 행정·사법조치를 약속했지만, 이후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다.

2016년 2월 제2공항 투기사범 근절의 일환으로 양 행정시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토지분할 업무처리지침'을 제정했지만, 해당 토지분할 지침의 시행일은 2016년 2월로 시행일 이전에 분할측량 접수된 사항은 예외로 했다.

2016년 6월 제주경찰청 차원에서 제주도 부동산투기대책본부로부터 5건의 기획부동산 의심 제보를 받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해당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국토부 공무원의 제2공항 입지 정보 사전유출 정황과 해당 공무원 친인척이 임원으로 존재하는 법인이 성산 예정부지 인근 필지를 매입한 사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인사가 제2공항 입지 발표 8개월 전에 법원 경매를 통해 부지내 편입 필지를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관련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제2공항 입지 정보를 지인에게 알려 개발계획에 대한 사전 정보를 유출하고, 해당 직원의 친인척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이 예정지 인근 땅을 매입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지만, 국토부는 '정보유출은 없었다'고 강변할 뿐, 내부 정보유출과 투기에 대한 면밀한 조사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원희룡 도지사는 '투기를 막기 위해 (제2공항 입지를)깜짝 발표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해명과는 반대로 언론과 도의회에서까지 사전 정보유출과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제주도정과 수사기관에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며 "과연 지금까지  투기세력의 실체를 규명하고, 사전 정보유출의 진위를 명확히 할 수사는 이뤄졌는가"라고 반문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국가의 재정과 국민의 삶의 질을 좀먹는 투기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권의 비호와 방조 때문"이라며 "투기가 발견되면 어떠한 사업이라도 중단되고 재검토돼야 하고, 사전 정보를 얻어 투기하는 자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단죄와 단절이 없으면 국가의 부패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전면적인 투기 재조사를 실시하고, 투기가 발견될 경우 사업 취소 등 뼈를 깎는 단절이 있어야 한다"며 "제2공항 사전 정보유출 의혹과 사전정보를 이용한 투기세력에 대한 수사 결과가 있다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종 투기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2공항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revious
Previous

민주주의 파괴, 헌정질서 유린 윤석열은 퇴진하라!

Next
Next

제주 찾은 尹대통령에 “제2공항 발언 기회조차 없어” 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