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조류 충돌' 위험성 최대 쟁점 부상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후 검증 강화 필요성 대두...성산 예정지 쟁점은?
성산 예정지 반경 13km 내 철새도래지만 '4곳'...위험성 높아
전략환경평가 당시 전문기관들도 "조류충돌 위험성" 제기
환경영향평가 권한 쥔 제주도, 중점 평가항목 설정 방향 주목

새해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되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조류 충돌(버스 스트라이크)'에 대한 위험성 검증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조류 충돌'이 사고를 부른 1차적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비단 이번 사고 뿐만 아니라 공항 주변의 새떼는 항공기 안전운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크게 다가온다.

지난 해 9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한 국토교통부는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로 주식회사 유신을 선정하고, 이달부터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신은 성산읍 제2공항 관련 입지 선정 타당성 용역을 수행했던 업체다.

총 용역 사업비는 57억원이고, 용역기간은 24개월이다. 사계절 환경영향조사(12개월)를 포함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단계를 '제주도의 시간'으로 규정하며, 이 단계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 갈등해소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제주도의 시간'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은 제주특별법상 환경영향평가 관련 권한이 환경부가 아니라 제주도에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권한은 제주도에, 심의가 끝나면, 제주도의회에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제출해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실상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절대적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조만간 사업자가 평가준비서를 제출해 오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환경영향평가에서 중점 수행할 평가항목 및 범위 등을 결정하게 된다.
 
평가 항목 선정에서는 지난해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사업부지 내 용암동굴의 존재 여부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의 보전 △숨골의 보전가치 등 5가지 사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5가지 사항은 제주도가 지난해 국토부에 의견서를 보낼 때 환경영향평가에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적시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환경영향평가는 5대 사항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서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충돌과 관련해, 제2공항 주변의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검증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류 충돌위험성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안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제2공항 예정지 주변(13km 반경 내)에는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산~남원 해안 등 4개소의 철새도래지가 있다. 이 중 제주지역 최대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하도 철새도래지는 예정지와 불과 8km 떨어진 곳에 있다. 새떼 출현 빈도가 높은 만큼, 위험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도 철새도래지.
제2공항 예정부지 일대 철새도래지 등 현황 및 거리.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예정지 주변의 조류 충돌위험성은 현 제주공항과 비교해 낮게 평가했다. 개체수도 제주공항 주변이 많은 것으로 설정됐는데, 하도리가 겨울 철새도래지임에도 겨울철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조류 충돌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적시된 대책은 조류충돌대책협의회 운영, 조류탐지 레이더 설치, 조류충돌예방팀 운영, 먹이생물 제거 등의 초지 관리, 무선조종항공기(드론) 사용 및 공항안전 프로그램 운영 등이 전부다.

센서를 이용한 조류충돌 예방 장비 도입, 조류충돌예방용 휴대용 레이저 도입 등도 제안했다. 

새떼가 자주 출현하는 철새도래지가 곳곳에 있는 상황이나, 대책으로 제시된 내용은 실효성을 떠나 극히 주먹구구식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조류충돌 평가가 조작됐다는 주장과 함께, 대책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더욱이 전략영향평가보고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했던 전문 검토기관에서도 한결같이 '조류 충돌 위험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 검토의견을 통해 성산 예정지의 조류충돌 위험성이 현 제주공항에 비해 2.7배에서 최대 8.3배 높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결과를 토대로 한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수 예측 결과에서는 현재까지 가장 높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성산 예정지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포공항과 비교해서는 1.6배, 인천공항과 비교해서는 4.96배 높다고 제시했다. 

국립생태원도 이착륙 방향이 조류집단의 서식이 가능한 방향으로 설정될 경우 우발적 상황에 따른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활주로 방향 및 배치를 검토해 조류충돌 가능성을 최소화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 기관인 환경부는 1차와 2차 협의 때에는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미흡 등을 이유로 반려 조치했던 반면, 지난 2023년 1~3월 진행된 3차 협의에서는 '조건부 협의'로 통과시켰다.

환경부가 제시한 '조건부' 내용에서는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그에 따른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조류 충돌 위험관리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여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조류 충돌 위험성 검증은 이번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적 사항이 된 것이다. 

도의회에서도 "국민적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라도,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봉 의장은 언론사와의 신년대담에서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2공항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협의기관이 환경부가 아닌 제주도이기 때문에 제주도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의 시간'을 맞게 된 제주도정이 환경영향평가의 과업 지시 방향과 중점 평가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의 의견을 제시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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