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숨길 다 막아 활주로 만든다지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8. 김진숙 시인
지난 2019년 ‘제주작가’ 가을호(66호)의 특집 제목은 ‘제주, 환상을 겨누다’였다. 제주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제2공항이라는 거대한 파괴 시나리오가 다가오자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은 사라질지도 모를 오름을 오르고, 벽시(壁詩)를 내걸었다. 그리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를 모아 특집으로 삼았다. 시간이 흘러 결국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됐다. 정부는 기어코 제2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파괴되고,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로 인한 경제적 이득만 노리고 있다, 산과 바다, 오름과 곶자왈 등 여기저기서 그치지 않는 기계음을 들어보라. 자연이 먼저 이 섬에 터를 잡았거늘 사람이 이 섬을 파괴하고 있다. 여러 개발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했다. 우리는 방관자가 될 수 없다.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의 갈등이 제주를 평화의섬이 아니라 갈등의 섬으로 만들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이 섬에 살고 있는 우리 작가의 소임이다. 우리는 시를 릴레이로 연재하면서 우리의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 제주작가회의
비행기가 뜨고 내릴 곳에 많은 오름이 있고 제대로 조사도 된 적 없는 숨골들이 있다. 오래도록 농사를 짓고 살아온 태손땅이 있다. / 사진=copilot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김진숙
바다 건너 제주를 만나러 오실 때는
구축함과 전투기는 가져오지 마세요
초록을 알아차리는 숨, 그것이면 충분해요
구럼비 너럭바위도 다 깨부순 저들인데
오름 몇 개쯤이야 단번에 밀어버릴 테지
그림자 검게 드리운 대수산봉 독자봉
난산 신산 수산 성산 고성과 온평까지
물길 숨길 다 막아 활주로 만든다지
돌담도 여백을 두어 바람길 연다는데
저어새 알락도요 검독수리 재갈매기 ···
새들의 국제공항은 이제 문을 닫으라니
그 숨결 푸른 미래는 어디에서 싹틀까
시작노트
“새가 날아가다가 아름다운 곳을 찾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 매일 오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제주를 찾았습니다.”
르 클레지오는 자신의 제주 방문을 새의 비행에 비유했다고 한다. 또한 ‘제주는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섬’이라 했다. 제주는 그러한 땅이다. 제주를 사랑하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은 제주가 간직한 제주다움을 사랑하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반대와 부정적인 환경 영향 평가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건설 기본계획이 고시되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곳에 많은 오름이 있고 제대로 조사도 된 적 없는 숨골들이 있다. 오래도록 농사를 짓고 살아온 태손땅이 있다.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 과정이 그랬듯이 지역 주민의 갈등을 조장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살아가려는 평화의 섬 제주에는 여전히 평화가 없다. 환경 보존과 개발 사이, 지속 가능한 미래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