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정 제주의 발전일까요, 무엇이 제주다움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7. 현택훈 시인
지난 2019년 ‘제주작가’ 가을호(66호)의 특집 제목은 ‘제주, 환상을 겨누다’였다. 제주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제2공항이라는 거대한 파괴 시나리오가 다가오자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은 사라질지도 모를 오름을 오르고, 벽시(壁詩)를 내걸었다. 그리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를 모아 특집으로 삼았다. 시간이 흘러 결국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됐다. 정부는 기어코 제2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파괴되고,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로 인한 경제적 이득만 노리고 있다, 산과 바다, 오름과 곶자왈 등 여기저기서 그치지 않는 기계음을 들어보라. 자연이 먼저 이 섬에 터를 잡았거늘 사람이 이 섬을 파괴하고 있다. 여러 개발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했다. 우리는 방관자가 될 수 없다.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의 갈등이 제주를 평화의섬이 아니라 갈등의 섬으로 만들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이 섬에 살고 있는 우리 작가의 소임이다. 우리는 시를 릴레이로 연재하면서 우리의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 제주작가회의
제주도엔 새들이 많아요. 섬은 원래 새들의 집이에요. / 사진=copilot
삼달리 여름가게
현택훈
어서 오세요.
여름가게예요.
자전거는 잠시 세워 두세요.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줄 거예요.
오다가 노루를 만나진 않았나요?
노루는 겁이 많으니
조심히 지나가야 해요.
바람에 흔들리며 손짓하는
억새들에게 인사를 했나요?
억새는 가끔 삐쳐서
메롱, 하고 혀를 내밀기도 한답니다.
꿩이 화들짝 날아오르진 않았나요?
제주도엔 새들이 많아요.
섬은 원래 새들의 집이에요.
다음에 올 때도
자전거를 타고 오세요.
좀 더 가면 가가비물이 나올 거예요.
자전거도 잠시 목을 축여야지요.
시작노트
제2공항을 찬성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발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발전은 멀리 보면 제주를 잃어버리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주도가 좋아 여행 오는 것은 제주도의 자연 풍경이 좋아서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사라지고 건물과 공항만 있다면 사람들은 외면할 것입니다. 그러면 해마다 적자가 발생하는 제2공항은 제주의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입니다. 제2공항을 찬성하시는 분들이 진정 제주도의 발전을 원하신다면 어떤 선택이 진정 제주다움을 지키는 일인지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