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기지는 아니라는, 절대로 아니라는 그곳으로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6. 김규중 시인
지난 2019년 ‘제주작가’ 가을호(66호)의 특집 제목은 ‘제주, 환상을 겨누다’였다. 제주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제2공항이라는 거대한 파괴 시나리오가 다가오자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은 사라질지도 모를 오름을 오르고, 벽시(壁詩)를 내걸었다. 그리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를 모아 특집으로 삼았다. 시간이 흘러 결국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됐다. 정부는 기어코 제2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파괴되고,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로 인한 경제적 이득만 노리고 있다, 산과 바다, 오름과 곶자왈 등 여기저기서 그치지 않는 기계음을 들어보라. 자연이 먼저 이 섬에 터를 잡았거늘 사람이 이 섬을 파괴하고 있다. 여러 개발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했다. 우리는 방관자가 될 수 없다.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의 갈등이 제주를 평화의섬이 아니라 갈등의 섬으로 만들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이 섬에 살고 있는 우리 작가의 소임이다. 우리는 시를 릴레이로 연재하면서 우리의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 제주작가회의
해군기지에서 출발한 행진단이 공군기지는 아니라고 하는 절대로 공군기지는 아니라고 하는 신산에서 온평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Copilot
신산에서 온평으로
김규중
강정 해군기지에서 출발한
생명평화대행진이 신산을 거쳐
온평을 향하고 있다
제주동부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령 중이라는
재난문자는 두 시간 전에 도착한 상태다
아스팔트와 자동차가 내뿜는 연기로
40도를 육박하는
신산에서 온평으로 가는 길은
동행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움으로 더 뜨거워
뜨거움으로 뜨거움을 이겨내게 하는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하려는 이 길은
고향을 버리고 갈곳이 없다는 펼침막이
제2공항 물러가라는 깃발이
자기 자리에서 곳곳 나부끼고
끊임없이 이마에 돋는 땀이
눈썹을 타고 흘러
끝내 눈물이 되고 마는
신산에서 온평으로
해군기지에서 출발한 행진단이
공군기지는 아니라고 하는
절대로 공군기지는 아니라고 하는
신산에서 온평으로
향하고 있다
시작 메모
걸어야 했다. 드넓은 자연과 삶의 평온이 콘크리트로 덮이는 위기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것이어서 다시 걸어야 했다. 바람의 손짓과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 행진은 계속 이어졌다. 자기결정권 깃발은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 선언이었다. 공군은 제2공항에 공군기지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제주도정은 절대 아니라고 강변하는 능욕과 모멸의 여름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