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부지 인근서 멸종위기 식물 2급 ‘대흥란’ 서식지 확인
성산읍 독자봉-대수산봉서 발견...비상도민회의 "생물다양성 증명 결과"
제주 제2공항 예정 부지 인근인 서귀포시 성산읍 독자봉과 대수산봉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대흥란.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 예정 부지 인근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대흥란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자체 환경조사위원회를 꾸려 제2공항 예정부지 주변부에 대한 식생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흥란 서식지 2곳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흥란이 발견된 곳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독자봉과 성산읍 고성리 대수산봉이다. 독자봉 서식지는 지난달 23일, 대수산봉 서식지는 같은달 30일 확인됐다.
대흥란은 보춘화 속의 부생식물로 줄기가 곧게 서며, 높이 10~30㎝까지 자란다. 열매가 달릴 때가 되면 줄기와 열매가 진한 녹색을 띠며,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막질 비늘잎이 마디에 드문드문 달린다. 꽃은 줄기 위쪽에서 2~6개씩 달리며 흰색 바탕에 자홍색이 돈다.
제주에서는 주로 어두운 상록수림에 살지만, 타 지역에서는 해송숲 등 해가 드는 곳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6~8월에 개화해 8~9월에 열매를 맺는다. 부식질이 많은 소나무과 식물이 자리잡은 숲에 주로 분포하며 출현하는 개체수가 들쑥날쑥해 개체군 관리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흥란은 꽃이 예쁜 부생난초로서 과거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졌다. 특히 제주에서는 서식처 절반 가량이 숲가꾸기 사업과 도로 건설로 파괴됐고, 1993년 특정야생동·식물(현 멸종위기야생동·생물) 2급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대흥란은 토양의 균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식이 불가능한 개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개 소수개체군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서식지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발견이 제2공항 예정부지의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수산봉의 경우 절취에 따른 논란이 있는 만큼 제2공항 개발이 지역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식생조사를 총괄한 비상도민회의 김정순 조사팀장은 "대흥란은 서식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종으로 대흥란의 서식여부만으로도 숲의 생물다양성을 보여준다"며 "이번 발견을 계기로 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제2공항 입지가 생태적으로 얼마나 부적절한지 도민사회에 알려 나가겠다"고 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발견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판단해 제2공항 주변지역과 예정부지에 대한 생태조사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생태적으로 제2공항 입지가 얼마나 부적절한지 증명하고 사업 철회를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