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성산-제주까지 넘실된 ‘평화 기운’…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무리

2박3일 58.5㎞ 대장정, 제주시청서 해단식·문화제 개최

24일 오후 6시께 제주시 중앙로를 따라 목적지인 제주시청에 도착한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제주의소리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도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아스팔트 열기를 뚫은 노랑 물결이 제주시 중앙로를 따라 길게 늘어졌다. 행진단은 ‘생명평화 강정마을’, ‘제2공항 반대’가 적힌 노란 깃발을 하늘 높이 들며 평화의 목소리를 전파했다.

올해로 10회차를 맞은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24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박3일 58.5㎞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행진은 강정마을의 고통이 제2공항 예정지, 성산까지 확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22일 강정에서 출발해 성산을 거쳐 제주시에 이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첫날 제주해군 기지에 모여 출정식을 하고 신례2리, 위미2리를 들려 남원까지 22.9㎞를 행군했다.

둘째 날은 남원에서 출발해 태흥 3리, 표선, 신산리로 20.5㎞를 걸었다. 마지막 날인 이날은 신산에서 성산까지 4.5㎞를 행진한 뒤, 버스로 이동한 조천에서 삼양을 거쳐 목적지인 제주시청까지 3.2㎞를 걸어 총 15.1㎞를 걸었다.

3일 동안 하루 150여명이 행렬에 동참했다. 마지막 날에는 최다 인원인 200여명이 발걸음을 함께 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 세월호참사 유관단체를 비롯해 홍콩, 미국 등 해외에서도 연대의 행렬이 이어졌다. 17년째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이어온 강정마을 주민들과 또 다른 갈등 현안이 돼 버린 제2공항 예정지 성산 주민들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강원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과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공동대표는 “무더위를 뚫고 힘들게 땀 흘려온 것만큼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불의와 불합리에 맞서는 힘, 부정행위를 막아낼 힘이 조금은 더 커졌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도 알다시피 제2공항은 제주에 들어와서는 안 되지만, 이 정권과 이 도정을 믿을 수 없다”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보다는 몇배 더 많이 모여서 대행진을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다치거나 낙오된 참가자 없이 3일동안 이 행진을 무사히 마치게 된 점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모두 고생 많으셨다”고 격려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강원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프라이팬 위를 걷는 듯한 폭염을 뚫고 모두 끝내 행진에 성공했다”며 “여러분들이 걸어온 걸음들이 폭력과 야만 그리고 불합리한 제주를 더럽히는 것들을 꾹꾹 눌러 밟으면서 평화의 기운을 퍼뜨렸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러분의 행동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 우리 모두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초석을 쌓았을 것”이라며 “지금 모인 이들의 몸부림이었지만, 우리의 의지가 제주 사회에 널리 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해단식 및 문화제가 24일 오후 6시께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해단식 및 문화제가 24일 오후 6시께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해군기지와 제2공항 등 두 현안이 모두 얽힌 서귀포시 주민 고명희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활동가는 제2공항의 불필요성을 설명했다.

고 활동가는 “지금 제주는 관광의 위기라고 한다”며 “관광이 위기인데 왜 공항이 2개여야 하나. 관광객이 줄면 제주에 머무르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과정에서 제2공항이 계속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금 더 안전하고 일상에 평화를 줄 수 있는 방식의 제주도 정책이 필요한 것이지, 제2공항을 하나 더 지으며 안전과 일상을 파괴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겠다고 하는 연막전만 펼치고 있을 뿐 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더운 여름에도 거리에서 피케팅과 행진을 하게 하고 있다”며 “2박3일간 함께한 걸음걸이가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기본계획 고시를 중단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대안교육기관인 보물섬학교와 볍씨학교의 율동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해단식 및 문화제가 24일 오후 6시께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이날 행사에는 민중가수 김영태와 지민주, 조성일의 노래와 강정평화합창단의 자작곡 합창, 대안교육기관인 보물섬학교와 볍씨학교의 율동 공연 등이 펼쳐지며 축제의 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올해로 10회차를 맞은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2012년 강정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3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 2016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이름이 바뀌어 왔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강정평화네트워크가 공동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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