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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부지 직접 걸어보니...“사라지는 것들 실감나”

지난 8일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
수산초등학교서부터 공항부지 5km 가량 걸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사진=양유리 기자)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반대하는 연대의 자리가 마련됐다. 폭우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20여명의 참가자들은 제주 제2공항 후보지를 직접 걷고 느끼며 연대를 약속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2회를 맞은 연대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은 제주 제2공항 후보지 활주로 인근에 위치한 수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모낭굴로 이어지는 5km 코스를 걸어나갔다. 

이들은 ‘제주 제2공항 OUT!', ’제주 제2공항 설러불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박찬식 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수산초등학교는 제주 제2공항 후보지 활주로로부터 불과 800m 가량 떨어져 있어 소음 등의 문제로 인해 학교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가족들은 다른 학교를 찾아 마을 떠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박찬식 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사진=양유리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사진=양유리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도민회의는 해당 부지 아래 숨골이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양유리 기자)

수산초를 지나온 길에는 제주의 다양한 숨골지형을 만날 수 있었다. 도민회의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후보지에는 185개의 숨골이 발견됐다. 국토부는 당초 전략환경영향평가에 8개의 숨골이 있다고 발표했으나,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재조사한 결과 최종 153개가 발견됐다고 정정한 바 있다. 

성산에 내리는 빗물은 숨골을 통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이처럼 숨골은 지하수가 흐르는 이동 통로로 빗물 흡수를 도와 홍수를 막고, 지하수를 형성하며 수산에서 경작되는 여러 농작물들에 수분을 공급한다. 도내 환경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제2공항 건설로 숨골을 모두 메워버린다면 지하수가 고갈되고 제2공항 서쪽 경작지와 마을에 수해를 입힐 것”이라며 지적해왔다. 

걸음을 조금 옮기자 박 공동집행위원장이 지표면을 가리키며 “이곳이 9.6m 두께의 클링커층이 발견된 곳”이라고 말했다. 클링커층은 용암류가 흐르는 곳에 생긴 암반이 다시 용암에 밀려나면서, 암반이 깨지며 생긴 덩어리로 형성된 지층을 말한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클링커층 또한 숨골과 마찬가지로 지하수의 이동통로 역할을 한다”며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나, 클링커층이 아닐 경우엔 용암동굴일 가능성이 존재해 어떠한 경우에서든 보존이 필요한 지형”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사진=양유리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오은주 제주가치 대표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물수염까치가 서식하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양유리 기자)

제2공항 부지에 위치한 모낭굴. (사진=양유리 기자)

공항 부지 걷기 코스의 마지막에는 제주의 용암동굴인 모낭굴이 있었다. 모낭굴은 화산폭발로 생겨난 제주의 지질학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용암동굴로 그 자체로 보존적 가치가 높다. 뿐만 아니라 제2공항 건설로 막히게 된다면 지반이 약해지는 등의 우려가 따른다. 

2시간여의 공항 부지 걷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수산체육공원에 모여 본격적인 개회식을 열고, 제2공항 백지화 투쟁 현황을 설명하는 등 연대를 다졌다. 

오중훈 수산리 이장은 “수산은 곶자왈 등이 위치한 유서깊고 아름다운 마을”이라며 “제2공항 부지 계획이 발표된 뒤 여러 갈등을 지나오며 수산리를 지쳐 있고, 마을의 발전도 멈췄다. 이런 연대의 자리를 통해 제2공항이 백지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오은주 제주가치 대표는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어떤 마을에, 어떤 위치에 활주로와 공항이 들어서는지는 잘 모른다”며 “현장을 직접 직접 걸으며 목격하는 것이 필요해 연대한마당 코스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걸은 걸음들이 모여 제2공항을 막는 한 걸음이 될 것”이라며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공항 부지 걷기 행사를 정례화할 예정이며, 도민회의 참여 단체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제주도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재부가 기본계획 고시를 7개월 넘게 보류하고 있다. 제2공항 추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총사업비 협의에 임해주지 않는 것도 늘어난 사업비 대비 경제적 타당성에 의문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민의 절반 이상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연대 활동을 통해 제2공항 백지화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사진=양유리 기자)

이날 연대한마당에 참여한 김모씨는 “우리 세대는 맹꽁이 울음소리, 풀벌레 소리 같은 것들을 들으며 컸지만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아이들은 이런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며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감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나연 대학생기후행동 제주지역 대표는 “공항 부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이곳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실감난다”며 “공항 부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대수산봉 코스를 걷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총 제주본부, 혼디자왈, 제주지질연구소, 한살림제주, 강정 프란치스코평화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정의당 제주도당, 성산읍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진보당 제주도당,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곶자왈사람들,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학생기후행동 제주지역, 성산읍여성농민회, 제주대학교 평화나비 동아리 등의 시민단체 및 정당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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